공산면 귀농 5년차 '솔직한 농부' 이은민씨
- 나나
- 2019년 5월 25일
- 2분 분량

농부의 아들, 귀농 5년차, 디자이너이자 마케터
나주 공산면 화성리 한 주택. 스물 끝자락에 귀농한 5년차 농부 이은민씨(33)가 컴퓨터 메신저와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림을 확인하고 댓글을 다느라 분주하다.
“아버지가 쌀농사를 지으십니다. 제 주 종목은 아버지가 생산한 쌀을 비롯한 잡곡류를 SNS를 통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SNS로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의 생산 농수산물 및 수입과일 등도 판매하고 있구요. 이렇다보니 동네 몇몇 어르신들은 제가 그냥 노는 줄 아신대요. 농사짓겠다고 내려와서는 거의 매일 집에서 컴퓨터 하고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으니까요.”
농부의 아들, 서른 셋, 귀농 5년차 청년농부, 두 아이의 아빠, 미대 오빠, 디자이너이자 마케터, 미술교사, 솔직한 농부 대표.
이은민이라는 이름 앞에 붙었거나 붙어있는 이 대표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2014년, 스물아홉에 그는 고향인 나주 공산면으로 귀향(?)했다. 아내 김미경씨 (32) 와 결혼한 지 1년 여쯤 지났고 지금은 7살이 된 첫째 딸이 생후 2개월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 활동을 했어요. 대학도 미술 전공을 했고, 전공을 살려 미술교사와 디자이너, 마케터 등으로도 일했죠. 군대 제대 후에는 고등학교 미술부 후배 김용안과 <시골과 도시를 잇는 연구소>에서 같이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말 그대로 시골과 도시를 잇는 중 간다리 역할을 하는 브랜딩 에이전시였죠.”

포장부터 배송까지, 가내수공업의 절정
이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밑천 삼아 ‘솔직한 농부’라는 개인 블로그를 개설, 아버지가 생산한 쌀과 찰보리, 현미, 현미찹쌀, 수수, 기장 등 다양한 잡곡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시작했다.
“보통의 쌀은 여러 품종이 섞이고 농법과 미질에 따른 차이가 있어 맛을 보장하기 어렵죠. 그래서 단일품종 ‘영호진미 쌀’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산한 쌀을 제가 파는 거죠. 모도 심고, 비료도 하고 농사일을 거들지만 제 주력은 판매입니다.”
아버지가 고생 고생해 생산한 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유통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는 온라인 판매였다.
“처음에 ‘오구당당’이라는 개인 블로그로 출발했어요. 오구당당은 나주 사투리로 ‘마음에 꼭 든다’는뜻입니다. 2014년에는 용안이와 함께 ‘시골인(人)디’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시골에 필요한 것들을 시골사람이 직접 디자인하는 작업을 했구요. 현재는 솔직한 농부 블로그(@solgik.com)와 인스타그램(@solgik)을 통해 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단톡방도 판로로 활용하고 있죠.”
이 대표는 쌀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기 위해 인근 정미소에서 그때그때 도정한다. 도정을 하는 날에는 새벽 4시 30분쯤 일어난다. 도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들어온 주문 수량을 확인하고 포장을 한다. 포장까지 다 끝내면 보통 오후 3시쯤 된다. 이대표는 “가내수공업의 절정”이라며 크게 웃었다.
이 대표 표현대로 “가내수공업”의 방식으로 이렇듯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직접 해내는 이유는 딱 하나다. 공 들여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최대한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스토리 소통’이 개별 소농들의 마케팅 포인트
“한 톨의 쌀이 어떻게 생산됩니까. 시골 어머니들의 허리가 수백 번 숙여지고 한고랑 한고랑에 땀방울이 들어가며 따고 말리고 때리고 골라내고… 그 숱한 과정과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소비자에게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정직하게 다가가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통합니다.”
솔직한 농부에서 판매하는 영호진미 쌀의 이름은 ‘순결한 백미’다. 솔직한 농부 제품 외에도 다양한 농수산물을 판매한다. 섬진강 벚굴, 영산포 홍어, 후포리 홍게 등. 솔직한 농부 농산물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농부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무려 24만 명을 넘어서는 요샛말로 ‘인싸’다. 소비자들이 생산자가 누군지 알고 직접 그 생산자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스토리 소통이 개별 소농들의 마케팅 포인트라고 말하는 그의 웃음이 환하다.
땀 흘린 만큼 한 달 평균 매출은 5000만 원 정도. 판매가 정점을 찍는 날에는 하루에 직장인 연봉을 올리기도 한다.
이 대표는 최근 전남지역 청년농부들이 설립한 협동조합 지오쿱(ZIOCOOP)에도 가입,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서른셋의 귀농 5년차 이은민 대표. ‘기본이 중요하고 정직함을 믿는다’는 그의 신념 위에서 앞으로의 귀농 라이프가 더욱 더 환하게 빛나길 바라본다.

글 기수희 /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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