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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 애먹다

깊이가 다른 고소함, 홍어애



미식가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3대 생선 간요리가 있다. 홍어애, 아귀애, 쥐치애가 그것이다. 씹을 것조차 없는 극강의 부드러움과 깊이가 다른 고소함까지, ‘애 요리’의 풍미는 그 차원이 다르다. 3대 애 가운데 화식만이 아니라 생식까지 가능한 것은 홍어애가 유일하다.

날 것도 익힌 것도 고소한 홍어애


날 것은 날 것대로, 익힌 것은 익힌 것대로 홍어애가 선사하는 맛의 신세계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귀한 음식 홍어애의 특별한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나주다.

홍어애는 생 것 그대로 먹거나, 살짝 얼려서 먹기도 한다. 기름소금에 찍어서 조금씩 먹어야 입안에 고소함이 가득 차오르다 단연코 모든 생선의 간 가운데 고소함이 으뜸이다.

전라도 음식의 대표주자로 불리어온 홍어는 사실 전라도 음식만은 아니다. 영산포를 중심으로 발달된 다양한 홍어요리로 인해 홍어의 전국화·대중화시대가 열렸다. 홍어요리를 파는 음식점은 서울에만 500여 곳, 경기도 400여 곳 부산은 100여 곳에 이른다. 나주에서 다양화된 홍어요리가 대한민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이다.



홍어일번지의 ‘에’ 먹이는 기술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있는 홍어일번지 (대표 안국현) 식당의 애 먹이는 기술은 살살 녹이는 데 있다. 얼려둔 애를 한 입 크기로 내놓는데, 얼었던 애가 상온에서 사르르 녹기 시작한다. 애 표면에 윤기가 흐를 무렵 기름소금에 찍어먹으면 크리미한 고소함과 시원 아삭한 식감에 초보자도 거부감이 없다.


소설가 황석 영은 참으로 이 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홍어 맛을 묘사했다.

청보리순 홍어애국


나주시향토음식체험문화관(관장 이화주)의4월 음식강좌는 홍어무침과 홍어애국. 홍어요리를 직접 해보고 싶은 젊은 세대들의 열기가 뜨겁다. 나주 산포면에서 음식솜씨 좋기로 소문난 박금자 주부가 특별강사로 초청됐다.

갓 돋아난 청보리순을 뜯어다 된장을 풀어 끓여내는 홍어애국은 기운을 돋게 해주는 봄철 별미다. 겨울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연한 봄 보릿잎은 향도 좋지만 비타민도 풍부하다. 된장 베이스의 구수한 국물에 기름진 애, 상큼한 보리순이 들어가니 고소한가 하면 개운하고, 속이 제대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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