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 나나
- 2019년 5월 25일
- 3분 분량
PEOPLE
빛가람놀이터 김다영 대표

삶의 틈새를 메워주는 소소한 변화
지난 몇 년 동안 나주혁신도시에는 전에 없던 풍경 몇 개가 생겨났다. 빛가람전망대 전시동 입구나 상리단길에 '시민 참여 플리마켓'이 열리기 시작했고, 나주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임산부를 위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저 수공예품을 사고 파는 장터에 불과하지만 플리마켓이 끌어낸 변화가 있었다. 손 재주가 있는 나주시민들이 플리마켓 셀러가 되기 위해 자신만의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켓 셀러로 참여하기 위해 광주에서 나주로 이사를 온 사람까지 생겼다.
혁신도시로 이사를 왔지만 다소 겉돈다고 생각됐던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와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거창하진 않지만 삶의 틈새를 메워주는 소소한 변화들이 생활 속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빛가람놀이터 김다영(29)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라는 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겠구나
"제 고향은 진주에요. 남편이 나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혁신도시에서 살게 됐죠. 그런데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할만한 공간이 보이질 않았어요. 언젠간 생기겠지? 하면서 주변 엄마들과 손바느질 모임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슷한 고민들이 있더라구요. 다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만한 그 무언가를, 스스로 주변과 섞일만한 그 어떤 것을 필요로 하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런 문화라는 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시작하기로 했죠."
거창한 문화 말고 아이 손잡고 함께 하는 소소한 생활 문화
김다영 대표가 생각하는 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친구가 생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 아이와 엄마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가 지역 보육시설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는데 그 첫 단계로 플리마켓을 시작했어요. 플리마켓을 열어 사람들을 모으고 수익금으로는 시설 아이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막상 시작을 하려니 가장 큰 문제가 장소였는데 호수공원이나 주민센터 중앙광장처럼 주민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는 장소에 허가를 받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나주 사람이냐는 질문에 당혹스럽기도, 그럴수록 필요성 더 느껴
시작이 어렵긴 했지만 2016년에 첫 장을 연 플리마켓은 한 달에 두 번, 지금까지 총 60여 회가 열렸다. 플리마켓을 시작하며 만든 자원봉사단체 빛가람놀이터(이하 빛놀)에서는 지역 임산부, 저소득층 여성, 다문화 이주여성 등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청년과 함께하는 문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빛놀이 기획해온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다영 대표가 주목해온 이들이 보인다. 나주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려는 나주생활의 초보자들, 문화적 자기 자리를 찾기 힘든 이주여성이나 저소득층 여성, 고향이라는 개념에 덜 익숙한 청년층이다.

“처음에는 제가 나주토박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저도 힘이 들었거든요. 어떤 허가 를 받을 때나 일을 진행할 때도 나주 사람이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어요. 처음부터 나주사람이 아니면 어때요? 나주에서 행복하게 살면 되죠. 그러려면 문화가 있어야 하니깐요. 돈 되는 일도 아닌데 뭐 이리 열을 내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라고 답하고 싶어요."
어렵게 시작했지만, 그 '무모한 시작'이 있었기에 지금 김대표가 만든 문화놀이터에는 동행자들이 생겨났다. 빛놀 공유 공간에 나주시가 실내 놀이터를 지원해주면서 문화 프로그램과 놀이터 이용객들은 누적 500명이 넘어섰다.
플리마켓 수익금으로 나주 백민원 봉사활동 꾸준히
플리마켓의 셀러를 모집하고, 시민들에게 알려내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김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은 남편 김종석씨(38)와 나주 직장인동호회인 <퇴근 WHO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문성원씨(31)다. 플리마켓 현장에 물품을 나르거나 무료음악공연을 하는 일들이 지원군들의 역할이다.
길거리에서 첫 플리마켓을 했을 때 5만 원도 안 되는 수익금이 나왔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주 백민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누구나 배우고 즐기는 '문화의 보물섬' 나주를 꿈꿔
벌써 4년째, 소소한 생활의 틈새에 문화라는 장을 열고 나주 문화의 한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 대표가 꿈꾸는 다음 그림은 어떤 것일까? “제가 그려보는 나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문화의 보물섬이에요. 나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즐길 것이 있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웃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서비스들이 있는 곳이죠. 특히 젊은 여성들이 사회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은 곳이었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화 활동이 많아진다면 나주의 미래도 밝아지겠죠."
김 대표의 말처럼 '문화는 하루아침에 뚝딱 어디에서 사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제 일처럼 여기고 함께 해나갈 때 문화는 생겨나고 사람들의 공이 들어갈수록 넓어지기도 깊어지기도 할 것이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꼭 있었으면 좋을 그 어떤 일들을 척척 만들어온 김다영 대표 그의 경쾌한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나주는 더 살만한 곳이 되어가지 않을까.
글 김인정 /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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