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잘 뀌는 나주 천석골 며느리
- 나나
- 2019년 5월 2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19년 5월 26일
김찬곤의 나주 옛 이야기

옛날 나주 하고도 천석골에 방귀를 아주 심하게 뀌는 한 처녀가 있었나 봐. 그래 이 사실을 딱 숨기고 어떻게 결혼을 했는데, 이거 어디 방귀를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꾹 참고 이것저것 살림을 배웠어.
그런데 새색시가 한 마을에 들어오니까 일가친척이며 마을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해, 와서 말도 붙여 보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 이 색시가 잔뜩 긴장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조심조심 대답도 하고 그랬지. 그런데 방귀가 고만 나올랑 말랑 하거든. 이거 야단났다, 하고 방귀 가 못 나오게 발뒤꿈치로 똥구멍을 깍 막고 온 정신을 방귀에만 쏟고 있었단 말이지. 아 이러고 있는데 한 어른이 와서 묻는 거여.
“아이고, 색시가 참 예쁘고 얌전하구만. 그래 몇 살인고?”
색시는 방귀에만 정신이 가 있는지라 그만 대답한다는 게,
“방구 살이에요.” 하면서 방귀를 뽕 뀌고 말았대.
그런데 이 방귀가 얼마나 셌던지 그 어른이 저 멀리까지 날아가고 말았다지 뭐니. 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보지 않아 이 사실은 알려지지는 않았어.
그런데 이 며느리가 시집온 지 한 삼 년쯤 지나니까 낯빛이 영 안 좋아지는 거라. 얼굴이 누렇게 뜬 것이 어디 꼭 아픈 사람 같거든. 그래 하루는 며느리를 불러 물었지.
“아가, 너 시집올 때는 얼굴도 복실복실하고 낯빛도 발그르르한 게 참 좋았는데, 어찌 이리 아픈 사람처럼 안 좋으냐? 시집에 사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
“아이고, 아버님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친정에선 방귀를 마음대로 뿡뿡 뀌었는데, 시집와서는 조심한다고 방귀를 못 뀌니까, 얼굴이 이래 됐습니다.”
“야야, 그게 뭐 조심할 일이라고, 아 사람이면 나오는 방귀, 나오는 대로 족족 뀌어야지. 야, 안 그러면 너 참말로 병 되겠다. 맘대로 뀌거라.”
“아버님, 그럼 저 기둥을 깍 붙잡으십시오.”
며느리 말을 듣고 기둥을 깍 붙잡고 있으니까, 인자 며느리가 방귀를 뀌는데, 엉덩이를 쳐들고 “뿌부뿡 뿌부뿡 뿌뿡!” 이렇게 요란하게 큰 소리로 뀌는 거라!
그런데 글쎄 그 방귀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집이 다 넘어가려고 하지 뭐야!
“아가, 집 넘어가겠다!” 그러니까는, 이번에는,
“아버님, 잠깐만 기다려 보이소.”
이러고는 집이 기울어진 쪽으로 가더니, 다시 엉덩이를 쳐들고 방귀를 “뽀보뽕 뽀보뽕 뽕뽕뽕뽕!” 이래 뀌는 거라. 그러니깐 기울어진 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뭐야. 시아버지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탁하지.
“아가 안 되겠다, 인자 방귀 뀌려면 마당에 나가서 뀌거라.” 그러자 인자 마당에 나가서 또 방귀를 뀌는데, 엉덩이를 쳐들고 “빠바방 빵빵 빠바방 빵빵!” 이래 뀌니, 아 글쎄 시아버지가 어디 간단 말도 없이 감쪽같이 없어지지 않겠어?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안 오고, 또 한 달이 지나도 안 돌아오고, 이렇게 자꾸 시간은 가는데, 안 돌아오시는 거야.
며느리랑 아들은 아버지가 어딜 가셔서 안 오나 하고 날이면 날마다 걱정을 하며 살았지. 그렇게 한 네 해쯤 살았던가?
어느 날 아버지가 터덜터덜 집에 들어서는 거야.
“아이고, 아버님 어디 가셨다 인자 오십니까?”
사 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 꼴을 보니, 이거 영 말이 아니야. 짚신은 다 닳아서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바지는 무릎이 뻥 뚫려 있고, 저고리는 옷깃만 겨우 남아 있고, 갓은 구멍이 숭숭 나있고 말이야.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는 거라.
“아버님 대체 어딜 다녀오시길래, 꼴이 이렇습니까?” 아들이 아버지 손을 잡고 물었지.
“야야 말도 마라. 며느리 방귀 바람 때문에 저 멀리 함경도까지 갔다 왔다. 갈 때는 방귀 바람에 날아가서 빨리 갔는데, 올 때는 여기저기 구경하고 오다 보니까 이렇게 더디더라.”
시아버지는 며느리 방귀 덕분에 구경만 잘했다고 하면서 며느리를 혼내지도 않았어. 그래 며느리는 그 뒤로 시아버지를 전보다 훨씬 더 잘 모시고, 남편을 똑 빼닮은 아들도 낳아 남편이랑 알콩달콩 아주 잘살았다고 해.
글쓴이 김찬곤은 나주 출신 아동문학가로 나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께 옛이야기를 듣고, 마을 풍경과 문화유산을 찍어 즐겁게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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