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땅, 문화의 옷 입고 도시재생 물꼬튼다
- 나나
- 2019년 5월 25일
- 2분 분량
도시재생 해외사례

과거를 배제하기보다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연결시킨 재생을 관철시켰다. 잠시공장의 시설들을 그대로 살린 나빌레라문화센터의 리모델링과 닮아있다.
담배공장, 화력발전소가 문화시설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위치한 '벨 드 메(la Belle de Mai)' 지역은 오래된 담배공장이 자리한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소비의 급락으로 담배공장은 1990년에 문을 닫았다. 마르세유시는 1992년 공장 부지를 매입해 예술가들에게 싼 값에 세를 줬다. 폐공장에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자 힙합과 재즈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예술퍼포먼스가 진행되자 지역 주민들은 이 공간에서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마르세유시는 이 공장을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어 지역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 닫은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만든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미술관은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문화명소다.
2차 대전 이후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다가 1981년에 문을 닫았는데, 도심의 흉물인 이 화력발전소는 런던 밀레니엄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변화됐다. 건물의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창문과 굴뚝 등을 살렸고, 미술관 로비에는 철제빔과 천장크레인이 남아있다. 과거를 배제하기보다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연결시킨 재생을 관철시켰다. 잠사공장의 시설들을 그대로 살린 나빌레라센터의 리모델링과 닮아있다
독일 베를린의 폐맥주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되살려낸 쿨투어 브라우이에는 연간 100만 명의 지역 주민이 찾아와 문화를 즐긴다. 1890년에 세워진 쿨투어 브라우이 공장은 1964년 문을 닫기까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공장으로 위용을 떨쳤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이 공장이 나치에 부역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장은 문을 닫게 된다. 맥주공장으로 활발했던 인근 지역은 경제적 침체를 겪어야 했다.
도시재생은 세계적 문화의 화두다. 시대가 변하면서 경제적 산업적 기능도 쇠락과 변화를 거듭하게 마련. 산업화와 도시화가 빨랐던 유럽에서는 30, 40년 전부터 도시에 생긴 어두운 폐공간에 주목했다. 도심에 자리한 폐허들에 문화의 옷을 입혀 도시재생의 물꼬를 튼 것이다.

예술가와 지역민, 지방정부가 손을 잡고 공유문화예술 공간으로
'쿨투어 브라우이'를 바꿔낸 이들은 젊은 예술가들이었다. 베를린시에서 철거를 결정하기도 했지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공장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지만 20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은 맥주공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공연장, 전시장, 영화관과 음악 스쿨 등이 자리를 하고 있는데 1,000여 명의 직원들을 채용하는 고용효과와 더불어 독일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문화명소로 꼽힌다. 독일 에센 지방의 졸페라인 폐광 일대는 박물관과 도서관으로 탈바꿈되었다. 폐광의 오랜 어둠은 문화의 빛으로 거둬내졌고,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한다.
파리 외곽에 있던 가톨릭 교구의 장례식장은 104 상카트르라 불리는 창작예술공간으로 변화가 됐다. 1905년 가톨릭 교구 장례식장 건물이었다가 1998년 폐쇄가 되었는데, 예술가와 지역민, 지방정부가 손을 잡고 공유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일본 요코하마의 코가네초는 성매매 거리에서 서점과 미술공간으로 재생된 지역이다. 300여 성매매 업소들은 예술가들이 상주하는 스튜디오와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미술전시회 '코가네초 바자르'가 매년 열리고 요코하마 비엔날레와 연계 행사를 펼치는 역동적인 문화공간이다.

멈춰버린 공간에서 피어난 문화
국내에서도 버려진 공간들을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들은 늘어가고 있다.
고려제강 폐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부산 'F1963', 일제하 방직공장을 개조해 만든 인천 강화읍의 조양방직 카페, 1968년 설립되었다가 폐업한 코스모 화학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업사이클링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 부산 망미동 고려제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낸 'F1963'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의 인문학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지역발전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능을 다한 폐공장, 폐건물을 살려내는 도시재생은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낙후와 멈춤의 상징인 공간들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킴으로써 도시의 맥박은 살아난다. 멈춰버린 공간에서 피어난 문화는 도시가 겪어온 단절을 넘어서게 한다. 도시의 막힌 혈관을 흐르게 하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그리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게 하는 힘이 문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의 의미와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려제강 폐공장이 부산 'F1963'으로, 코스모 화학공장이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으로, 버려진 공간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글 김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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