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흔들리면 한국 문화가 흔들린다
- 나나
- 2019년 5월 25일
- 3분 분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

1989-2018년 (사) 예술공장두레상임연출
2005-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2005~2018년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2008-2018년 지역문화네트워크공동대표
2009-2018년 서원대 공연영상학과 객원교수
2011-2018년 충북문화재단이사
2017-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비전 2030 '새 문화정책' 준비단 위원
2018년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한국의 문화예술 지원과 진흥의 중추를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 7대 수장이 새로 취임했다. 다양한 문화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문화 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종관(60) 위원장이다. 2016년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뒷수습이 첫 업무였을 만큼 추슬러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었던 상황. 취임 5개월여를 맞고 있는 박 위원장의 소회와 각오를 들어봤다.
취임 5개월, 어떻게 보내셨는가?
지난해 11월 2일 임명장을 받았다. 다음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징계안 결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가담한 임직원 징계가 첫 업무였던 셈이다. 사람인지라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참 얄궂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예술위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신뢰회복이라는 것을 잘 안다.
위원회의 급선무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예술위는 지난 2005년 설립됐다. 하지만 13년간 3년 임기를 온전히 채운 위원장은 제3대 오광수 위원장뿐이었다. 얼마나 부침이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는 자율성과 독립성의 보장이다. 전 정부시절 문화계 시스템 자체가 붕괴됐기 때문에 시스템을 재정립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시간도 걸릴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있기에 예술위원회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율성과 독립권 보장은 문화체육부 의지가 중요할 텐데?
다행히 문체부가 예술위에 자율권을 주겠다는 의지가 있다. 4월 초에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문체부와 예술위 실무진이 만나 예산 논의를 했다. 별 일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2005년 예술위 설립 당시 1기 위원을 역임하면서도 예술위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위협받는 과정을 많이 봤다. 때문에 실무진 논의는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희망적인 시그널이라 생각한다.

나주는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삶터다.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고 제대로 다듬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향후 예술위가 추진할 일들은 무엇인지?
문체부와 자율운영협약도 체결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문체부 지시를 받지 않고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우선 문예진흥기금 확보가 시급하다. 기금이 있어야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예진흥기금은 2005년 당시만 해도 5260억 원에 달했으나 2017년 500억 원 미만으로 줄었다. 2003년 극장 요금에 부과하던 문예진흥기금이 위헌 판결을 받아서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가 500억 원을 지원해 숨통은 틔웠다. 올해 예산은 2500억여 원으로 지난해보다 226억 원 늘었다.
심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심의제 개편도 고려하고 있다. 또 청년 예술인 지원을 확대하고 남북 예술 교류 지원도 할 계획이다. 예술인들을 위한 범공동기금 마련도 생각중이다. 문화도 가치재 성격으로 봐야 한다. 토양에 거름을 주듯 문화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위 조직 정비 등 내부 운영은?
예술위가 독립적 자율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 준비도 필요하다. 취임 직후 블랙리스트 징계 등 급한 불을 끄고 올해 1-2월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이양 받은 권한을 잘 펼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 사업 및 지원에 반영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추가 구성했다.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기구 조성을 한 것이다. 기존 5개 소위원회에 성평등지원소위원회 등 5개 소위원회를 추가적으로 꾸렸다.
문화 생산자 및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예술 현장은 역동적인데 예술위는 정부와 예술인들 사이에 끼어있다. 문화예술은 공동체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재다. 예술위가 예술가의 발판과 터전이 되도록 하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흔들리면 한국 예술이 흔들린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힘 있게 나아가겠다.
나주 생활의 소회는?
나주는 아주 낯선 곳이 아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부터 다니곤 했는데 나주 성북동 돌당간을 보러 왔었고,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때 노안성당에도 왔었다. 지난 5개월 동안에도 주에 평균 4일 이상을 나주에서 보냈다. 물론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바깥을 둘러본 것이 손에 꼽는다. 업무 처리를 위해 나주와 서울을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금은 차분히 나주와 만날 시간을 그려보고 있다.
나주와 연계하는 활동 계획은?
현재 대한민국 예술문화는 대도시 그러니까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르코만 해도 나주에 위치한 예술위 본관 외 예술가의 집, 아르코미술관, 인사미술공간,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 예술기록원 등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나주는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삶터다.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고 제대로 다듬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관련, 예술위와 나주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등이 있었으면 한다. 방안을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 나주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글 기수희 /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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